자연 가까이
인터뷰 I
많은 작품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추워지는 겨울이 오잖아요. 배우들은 이렇게 센 계절에 맞서 ‘월동준비’를 해야 합니다. 체력도 미리 단련하고, 촬영 현장에 나갈 때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준비하죠. 야외에서 일하니, 추울 때는 온몸에 핫팩도 둘러야 합니다. 더울 때는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한 것처럼요.
뮤지컬의 경우에는 제가 하고 싶은 역을 하면서, 캐릭터에 맞춰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를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에는 제가 가진 기본적인 이미지를 보고 캐스팅 디렉터나 감독님들이 저를 골라주시죠. 제가 배역과 흡사한 부분이 있다면 흔쾌히 녹이기도 하고요.
캐릭터 때문에 고심하기보다는 즐겁게 접근하는 편입니다. 최근 엄마 캐릭터가 부쩍 늘었는데, 현실에서는 실제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캐릭터를 하면서 통쾌함을 느끼는 때도 있습니다.
아마 그 사진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에서 찍은 것 같아요. 곧 오픈되는 작품 <프로젝트Y> 속의 모습입니다. 배역은 삭발 머리를 한 킬러의 역할이에요. 제가 예전에 삭발한 캐릭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 모습을 보고 어렵게 요청해 오셨어요. 굉장히 스타일리시함을 고민하시는 이환 감독님이신데요. 감독님의 작품에서 여성이 수행하는 캐릭터 중 하나가 강렬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머리를
잘랐습니다.
8년 정도만이었는데요. 배역의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머리를 자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라는 대로 둘 수도 있지만, 공개 전까지는 그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어서 조금씩만 다듬고 있습니다.
저는 여배우지만 보통 집에서 잘 세수하고 그러지 않습니다. 로션 역시도 한두 종류를 바르는 편이었죠. 딱히 피부과를 갈 일도 없고, 타고난 부분인지 여드름도 잘 안 났어요. 세제나 샴푸 등을 선물 받기도 하지만 많이 쓰지 않아 나눠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감사하고, 확실히 머리가 짧아지니 샴푸를 적게 쓰는 것 같긴 합니다.(웃음)
사실 오래 연기를 쉬면 겁이 날 것 같아요. 보통 무대 연기를 하기 전에 몸을 만들고, 대사의 톤을 만드는 데 보통 1년이 걸린다고 해요. 무대 연기는 늘 하고 싶고요. 놓치고 싶지 않고, 오래 하지 않았다가 다시 채우는 기간이 1년이라고 생각하면 틈틈이 계속하게 됩니다. 이른바 매체 연기라고 하는 영화, 드라마로 무대 연기를 하시던 분들이 가시기도 하는데, 그 반대도 많아졌습니다. 누구에게나 과정은 같은 것 같아요. 부끄럽거나 창피해하지 않고 덤비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아이가 없었으면 겁 없이 행동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불편함과 부조리가 있는데 혼자서는 애써도 오래 걸리고, 결과도 미비합니다. 목소리를 내려면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돼야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행동을 하면 누군가 뜻이 있는 분들에게 반드시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일들이 생겨났습니다. 머리카락의 경우는 양희은 선생님이 하시는 라디오 ‘여성시대’에 대타 DJ를 했었는데, 소아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기부 사연을 듣고 감동을 받아서 하게 됐어요. 그리고 ‘세이브더칠드런’의 멤버여서 공연 대기실에서 털실을 짜기도 했습니다. 모든 배우들과 다 함께 짜서, 3개월 공연이면 털모자 200개를 떠서 보낸 적도 있었어요.
환경 다큐멘터리,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20대 때 배낭여행을 가서 유명한 자연경관을 접하면, 사람이 참 하찮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브라질의 이구아수 폭포나 미국 옐로스톤을 가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느낌을 받으니 ‘자연을 보호하자’라는 말이 잘못된 말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기도 했어요. 감히 인간이 자연을 보호하다니요. 오히려 자연에게 우리가 보호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뮤지컬 연습 때 배우들은 늘 음료를 먹게 되는데요. 100% 텀블러를 쓰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활동도 단체로 하면 더욱 효과가 있거든요. 핫팩 등도 다 쓰기 전에 버리지 말고 가져와서 베개 안에 넣어 쓰고요. 유리 빨대를 애용하기도 합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일도 있고 촬영이나 연습현장에서 밥차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도시락통을 가져와 일회용 용기를 대체하기도 합니다.
사극을 촬영할 예정입니다. 추위에 대한 걱정이 있어요. 촬영 현장이 즐거우면 결과도 좋다고 보는데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선배라고들 이야기해주지만, 저도 촬영 현장의 좋은 분위기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자연 보호’라는 말이 정말 자연을 기만하는 말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겸손하고 겸허하게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환경을 위하는 일은 대단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평소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 중에 안 되는 행동을 조금씩만 줄이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자연이 없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위대함과 대단함을 알고 ‘긍정적인 공포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겨울을 위해 얇은 옷 여러 벌 입으시고 산책도 다니시고요. 내복도 입으시면 좋겠습니다. 햇빛을 받으면서 나들이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