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미래를 바꾼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순진 원장

자연 가까이 인터뷰 II
글. 한율 사진. 오충근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윤순진 원장은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법을 모색해 왔다. 해상풍력과 영농형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연구에서부터 시민 인식 변화와 사회적 수용성 제고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걸음은 변화를 만드는 실천에 닿아 있다. 윤순진 원장은 “탄소중립의 가능성을 묻기보다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Q. 환경대학원 개원 50주년을 맞이한 지난 2023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최초의 여성 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그동안 어떠한 활동으로 시간을 채워오셨는지 궁금합니다.

환경대학원은 1968년 행정대학원 내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로 출발해 1973년 독립 대학원으로 개원했습니다. 그리고 개원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환경대학원 역사상 최초의 여성 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원장으로서의 첫해는 개원 50주년과 교육 55주년을 기념하는 중요한 시기였기에, 일주일간 기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구성원들과 그 의미를 나누었습니다. 아울러 환경대학원이란 명칭에 걸맞은 학문적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하고자, ‘환경’이라는 이름을 포함한 학위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학내 구성원들과의 논의와 협력을 거쳐 환경관리학 석·박사 학위 과정을 새롭게 마련하고, 환경관리학과를 신설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대학원 운영과 교육·연구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던 시기였습니다.

Q. 에너지 전환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는데, 대표적인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현재 에너지 전환 포럼 상임공동대표인데요. 포럼 회원들과 함께 우리나라에 영농형 태양광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점을 모색하고자, 다양한 해외 사례를 조사·분석하는 연구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타 기관들과 협력하여 언론인 대상 해외 현장 방문 및 강연 프로그램도 운영했습니다. 또한 JTBC와 함께 일본과 프랑스의 영농형 태양광 현장을 방문하여 <농촌과 태양광, 상생의 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영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시청 전후 농민들의 인식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Q. 최근 집중하고 계신 연구 분야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해양 생태계와 공존하는 해상풍력 발전의 확대 방안’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에너지연구실, 에너지전환포럼, 환경운동연합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3년째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지역사회 수용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현장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신안군과 영광군, 여수시, 인천시, 그리고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이 추진 중인 울산시 등 주요 해역을 중심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어민·지자체·환경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면접을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양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해상풍력 확대의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해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해상풍력 연구 외에도 병행하고 있는 주요 연구가 있다면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분석을 통해 기후과학 담론의 변화 양상을 추적하는 연구, 북한의 태양광 보급 현황과 생활 변화에 관한 연구, 산불 대응 거버넌스 개선 방안, 결혼·임신·육아 등 생애주기별 에너지 소비 패턴 분석, 기후 감정 및 청소년 기후 인식에 관한 정성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제적이고 실천적인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적 방향 설정은 물론, 시민의 인식 변화와 실천을 이끌어내는 기반이 되고자 합니다.

Q.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를 어떻게 보고 계시며, 에너지 전환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일상 속 시민들의 인식과 실천이 함께 변화해야 진정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개개인이 온실가스 배출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가령, 결혼이나 육아처럼 소비가 집중되는 생애주기별 전환점을 살펴보면, 많은 경우 에너지 효율보다는 브랜드나 디자인이 선택과 소비를 좌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에너지 전환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면 선택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국민 개개인의 선택이 사회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무엇을 사고 어떠한 브랜드를 지지하느냐가 결국 기업의 생산 방식과 정책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소비자가 주권을 행사하면 기업은 에너지 소비가 적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으며,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로 만든 제품과 과대 포장을 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Q. 심각한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최하위이기에 속도감 있는 전환이 필요합니다. 개인의 자발적 실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강력한 법과 제도가 시민의 행동 변화를 이끕니다. 기후위기는 환경문제가 아닌 산업·경제·에너지 안보의 문제이자,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회적 과제입니다.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노력이 정당한 평가와 보상을 받고, 전 사회가 책임을 함께 지는 구조여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환경·에너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하시고, 끊임없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계신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를 움직이는 힘은 ‘정의감’과 ‘연민’입니다. 기후위기는 불평등한 재난으로,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습니다. 학문은 단순한 해석을 넘어 부조리를 바로잡고 불평등을 완화하며, 모든 생명이 함께 행복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활동이 궁금합니다.

퇴임까지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며, 학생들에게 세상을 보는 시각과 지식을 넓혀주는 교육자가 되고자 합니다. 에너지 전환 포럼 상임공동대표로서 입법 제안, 정책 개선, 시민 인식 제고 등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현장 활동을 이어가고, 한국환경정책학회 회장으로서 학회의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자연가까이 사람가까이> 독자분들께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기후위기는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 앞에 닥친 현실입니다. ‘탄소중립이 가능한가?’라고 가능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에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탄소중립은 생존과 산업, 일자리의 문제이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열쇠입니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오늘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만들어 갑니다. 내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 지금의 나와 우리의 삶을 바꾸고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은 ‘기후위기의 끝’이 아니라 ‘우리 선택의 끝’이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기후위기 해결의 시작은 우리의 선택에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