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자연의 속도를 느끼는 일에서부터

방송인 김대호

자연 가까이 인터뷰 I
글. 하경헌 사진. JTBC 디지털스튜디오, 원헌드레드레이블
도시와 자연. 전 아나운서이자 방송인 김대호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요소를 가장 잘 조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다. 스스로 서울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 살면서 집안에 자연을 끌어 들여와 살고 있고,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등의 예능으로 자연과 함께한다. 그는 프리랜서 선언 이후 유튜브 예능 <흙심인대호>를 통해 농사와 수확의 즐거움 역시 널리 알리고 있다.

Q. 요즈음 근황이 궁금합니다.

MBC에서 퇴사해 프리랜서를 선언한 지 6개월이 됐습니다. 직장생활을 14년 했는데, 12년 정도는 수동적으로 일하다, 나머지 2년을 정말 12년 일한 것처럼 바쁘게 지냈습니다. 이제 소속사를 정해 관리를 받고 있는데 일의 양은 비슷한 것 같아요. 주로 MBC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고요. 회사 다닐 때는 하지 못했던 유튜브 채널도 출연 중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방면에 경력을 쌓아야 할 것 같아서 개인 MC와 음악 프로그램 등에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지만 않으셨으면 하네요.(웃음)

Q. 프리랜서 선언 후 첫 단독 예능이 <흙심인대호>에서의 농사 도전 ‘일꾼’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선택하시게 된 이유, 그리고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아나운서로 지내면서 유튜브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아나운서는 아무래도 가치 중립적인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 생각을 조금 더 솔직하게 선보일 수 있는 매체도 하고 싶어졌어요. 고민도 나름 있었는데 제안을 해주셨고, 사실 요즘 도파민이 자극되는 예능이 많습니다. 하지만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그만큼 사라진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농사도 지어봤고, 자연도 좋아하니까 1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 손으로 오롯이 짓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Q. 의외로 농사에 대해 많은 지식이 있으셔서 놀랐습니다.

프로그램 속 농사는 제가 80~90% 주도하는 것 같아요. 작물을 고르고, 기획해오는 건 제작진이지만 어떤 걸 어떻게 심고, 병충해 때 농약을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지, 어떤 음식을 해 먹을 것인지는 당일 현장에서 정하는 부분도 있어요. 저도 물론 고수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어깨너머로 배운 터라, 제작진분들 중에는 모르는 분들도 있고 하니 숙련도가 조금 있어 보이긴 합니다. 그런 부분을 재밌게 봐주시니 좋습니다.

Q. 많은 대중이 보는 방송에서 꾸밈없는 모습을 보이는 일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신감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저 스스로는 창피한 부분이, 주변 동료나 선후배 아나운서들이 제 ‘아나운서’라는 네 글자를 지켜주고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제가 자신감이 많아서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제 모습이 부자연스럽지 않았던 것은 많은 분들이 제 모습을 잘 받아들여 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5~6년 정도 전의 환경이라면 불편할 수 있지만, 요즘은 오해 없이 봐주시거든요. 저는 원래 그렇게 인생을 살아왔고, 12년 동안은 그런 시기를 보낸 거죠.

Q.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공존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도시와 자연 중에서 굳이 고르라면, 대자연이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이 인간 세상을 떠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적절한 조화가 이뤄지는 동네에서 사는 것 같아요. 주택이라는 주거 형태가 아파트보다는 자연과 친화도가 높으니까요. 제 꿈 중의 하나가 ‘빠른 은퇴’인데, 이것이 일을 안 한다는 의미보다는 다른 것을 위해 즉시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그런 순간이 온다면 자연을 선호할 것 같아요. 투자나 노후대비의 개념보다는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을 우선해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Q. 농사는 직접적인 환경보호 활동은 아니지만,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하나의 실천이기도 한데요. 농사를 통해 환경의 소중함에 대해 느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요즘 사람들은 빠르게 검색하고 AI(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며 많은 부분을 간접 경험을 하는데요. 그런 상황 속에서 진짜 세상의 속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흙심인대호>를 통해 농사를 짓다 보면 진짜 세상의 속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작물이 자라고 토양이 바뀌고 날씨가 바뀌는 부분에서 그런 부분이 느껴져요. 온도만 해도 지난해가 다르고 올해가 다르거든요. 하지만 에어컨 밑에서는 이걸 느낄 수 없죠. 저는 뭐든 직접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부딪쳐보거든요. 차가운 토마토만 먹다 익은 토마토의 채즙을 느끼는 분들의 생각은 다를 겁니다. 그런 만큼 자연이 다 같은 자연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고 그 자연의 속도에 이상이 있을 때 보전하고 가꾸려는 마음이 더 생겨난다고 봐요.

Q. 이상기후로 많은 분들이 힘든 여름을 보냈습니다. 농작물도 너무 더워 밭에서 익는다는 기사도 있었고요. 평소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법이 있나요?

저도 1인 가구라 큰 실천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인식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덥고 추운 날씨라고 해도 이를 피해 계시지만 말고, 비록 저의 개인적인 생활이지만 매일 산을 오르면 더운 날씨도 매일이 다르거든요. 어제의 더위와 오늘의 더위 그리고 오늘의 자연과 내일의 자연이 다르죠. 그 과정에서 지구가, 자연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낀다면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행동은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환경보호를 하고 실천을 다들 하라고 하니까 따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농사를 짓다 보니 쓸데없는 물보다는 쓸 데 있는 비가 더욱 좋더라고요. 예전에는 물이 축복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폭우가 오면 필요 없는데 많아지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그 변하는 느낌을 알아보셨으면 합니다.

Q. 프리랜서로 전향한 이후 스스로 몰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금 방송은 워낙 장르가 다양해졌어요. 많은 장르를 보긴 했지만 진행하는 느낌보다는 출연자로서의 느낌도 가져보고 싶어요. ‘연애 프로그램’ 출연자도 괜찮고요.(웃음) 예전에는 연예인이라고 하면 생각을 감추고, 드러내는 자체를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었다면 이제는 많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사랑의 감정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자연가까이 사람가까이>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환경공단과는 과거 촬영으로 인연이 있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촬영이었는데, 이렇게 인터뷰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자연,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내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건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자연은 항상 상호작용을 하거든요. 그 부분을 예민하게 한 번 느껴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자연도 그렇고 사회도 사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나 하나의 행동으로 사람도 변하고, 자연도 변할 수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세상 바쁜 것이 바로 자연이에요. 없던 싹이 어느 날 나와 있고 조금씩 바뀝니다. 그런 과정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독자 여러분이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