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체부동의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큐레이션 책방이자 카페인 ‘책책’이 모습을 드러낸다. 단아한 한옥풍 가게는 주변의 고즈넉한 거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외관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전면 창에는 ‘환경을 지키는 지구·편의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환경을 생각하는 물건들을 큐레이션해 선보이며, 내부에는 커피박으로 만든 연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우산, 폐지 카드 포켓 등 꼼꼼하게 선별한
친환경 생활용품이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다. 각 제품에는 제작 과정과 소재에 대한 설명이 더해져, 방문객들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일상 속에서 친환경 소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드톤 인테리어로 꾸며진 ‘책책’의 한 편에는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서가가 마련되어 있다. 매장을 방문한 이들이 자유롭게 펼쳐 볼 수 있는 서적과 판매하는 서적을 구분해서 놓았다. 요리 관련 책들, 인기 베스트
책들, 다른 책방에선 볼 수 없는 책 등 주인장의 큐레이션으로 꾸며진 책들로 고르는 재미가 있다. 한쪽 벽면에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환경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서가에는 ‘책책’이
직접 기획·제작하여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브로셔들이 놓여 있다. 환경 무가지 <클리마투스 컬리지(Climatus College)>는 매장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다. 이 아담한 공간은
출판사, 서점, 카페, 제로웨이스트숍, 전시장이 하나로 융합된 장소이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 국한되지 않고, 온라인 스토어와 환경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환경 감수성을 확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독려하고 체험의 문턱을 낮추려는 고민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제로 웨이스트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책책’에서 또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바로 환경 무가지 <제로제로>이다. <제로제로>는 기후변화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아내며, 지속가능한 실천을 위한
영감을 전한다.
‘책책’은 오랜 시간 ‘소비’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완전한 ‘제로 소비’를 꿈꾸지만,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며 그 대안을 함께 고민해왔다. 결국 가능한 많은 사람과 함께 현실의 문제, 삶의 방법을 공유할 때
좀더 유용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제로제로〉를 창간했다. 그런 고민 끝에 탄생한 환경 매거진 <제로제로>는 환경 실천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있다. 이외에도
멸종위기 동물들의 일러스트를 담아 캘린더도 제작했다. 이는 일상 속에서 기후감수성을 높이려는 ‘책책’의 세심한 실천 중 하나다.
계절이 피고 지듯, 환경에 대한 경각심도 우리 일상 속에 스며 있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이는 쉽게 인식하기 어렵다. ‘책책’은 책책이 제일 잘하는 방법을 통해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먼저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 작은 실천을 통해 불편함을 감수하며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책책’은 이처럼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 속에서 책과 커피 한잔의 여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속가능성을 꿈꾸며 소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책책’이 앞으로 어떤 친환경 행동을 실천할지, 그 여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