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진심 어린 열연

배우 송일국

자연 가까이 인터뷰 I
글. 강진우 사진. 오충근
감동적 열연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배우 송일국은 ‘지구 지키기’에도 진심을 다한다. 일상생활이라는 무대 위에서 환경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깊이 고민하고 적극 실행에 옮김으로써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공연을 만들어 가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최근 몇 년간 연극과 뮤지컬에 집중하고 있어요. 2010년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 기념 연극 ‘나는 너다’에서 안중근 의사와 그의 아들 안중생을 연기하면서 관객과 함께 호흡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감동적 희열을 맛봤는데, 이때의 경험이 저를 연극과 뮤지컬 무대로 이끌었죠. 이후 ‘대학살의 신’, ‘맥베스’ 등의 연극과 ‘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 ‘애니’ 등의 뮤지컬에 출연하며 무대에서의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올 5월에 열리는 2025 밀양강 오딧세이 뮤지컬 ‘칼을 품고 슬퍼하다’를 연습하는 데 여념이 없죠.

Q. ‘칼을 품고 슬퍼하다’는 어떤 내용의 뮤지컬인가요?

임진왜란 때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약한 밀양 출신 고승 사명대사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이에요. 조선시대 3대 누각으로 꼽히는 국보 영남루와 밀양강을 배경으로 삼은 야외 뮤지컬로, 극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최첨단 미디어 아트와 인공지능 인터랙티브 기술이 투입되죠. 당시 구원군의 수장으로 조선에 온 명나라 이여송 장군이 ‘사명대사가 없었다면 전쟁에서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큰 공을 세웠지만 다른 영웅들에 비해 조명될 기회가 적었던 만큼, 이번 뮤지컬을 통해 제가 맡은 배역인 사명대사의 진면목과 활약상을 널리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제작발표회에서 밝히신 “칼을 품고 성공시키겠다”라는 각오가 인상적이었어요.

‘칼을 품고 슬퍼하다’는 여러모로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뮤지컬이에요. 지금껏 출연한 뮤지컬에서 주요 인물은 다수 맡아봤지만,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소화해야 할 넘버(노래)도 많아서 뮤지컬 연습과 보컬 트레이닝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더욱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머리카락도 2~3mm만 남겨 두고 자를 예정입니다.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단 3회만 열리는 뮤지컬을 위해 머리까지 자르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그만큼 이 뮤지컬에 ‘진심’입니다. 제가 뮤지컬 제목을 따서 ‘칼을 품고 성공시키겠다’라고 말씀드린 이유죠.

Q. 작년 9월에 열린 ‘제3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의 명예홍보대사로 활동하셨어요.

이제는 환경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잖아요. 저 또한 기후위기에 대해 강한 우려감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명예홍보대사 제의가 들어와서 흔쾌히 수락했어요. ‘하나뿐인지구영상제’ 개막식에 참석하고 영상제에 출품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기후위기가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당장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현안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굳혔고,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뿐인지구영상제’에 출품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기후위기가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당장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현안이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Q. 여행 중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경험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2017년 가족들과 함께 몽블랑 기슭에 자리한 프랑스 샤모니라는 관광도시를 여행했을 때였습니다. 빙하를 볼 수 있다는 몽땅베르 빙하 계곡이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구경을 갔어요. 그런데 빙하까지 가는 경로가 이상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산악기차를 타고 능선을 따라 올라가더니, 종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거예요. 그것도 모자라 케이블카에서 하차한 뒤에는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죠. 내려가는 동안 계곡 바위에는 네 자리 숫자가 쓰인 현판이 주기적으로 붙어 있었는데, 내려가는 내내 숫자가 커지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 의미를 몰랐는데, 빙하 동굴에 도착한 뒤 설명을 듣고 나서야 현판이 있던 각 지점이 과거 해당 연도에 빙하가 존재했던 지점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첫 현판부터 맨 아래 현판까지 100m는 넘어 보였으니, 불과 수십 년 사이 그만큼의 빙하가 사라진 거죠. 앞서가는 대한, 민국, 만세 삼둥이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눈을 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그야말로 아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Q. 기후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일상 속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무엇보다도 분리배출을 철저하게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분리배출을 잘해서 재활용률이 높아지면 그만큼 자원을 아낄 수 있고, 탄소배출량도 적어질 테니까요. 안타까운 점은 정확한 분리배출 지침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가 상당히 복잡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과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이 있는데, 일반인이 보기에는 같은 플라스틱이니까 분리배출 표시를 보지 않고 둘을 섞어서 분리배출하는 식이죠. 이런 불상사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각 재질의 분리수거 방법을 알려주는 QR코드를 붙이면 어떨까?’하는 상상까지 해 봤죠. 굳이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각각의 분리배출법을 한층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앞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 것 같아요. 참, 분리배출과 더불어 최근에는 대중교통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요. 새삼 우리나라 대중교통이 무척 편리하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웃음)

Q. 올해 중학생이 된 세 아들과 환경 얘기를 자주 나누시나요?

서로 바쁘다 보니 특별히 시간을 내서 환경교육을 시키거나 관련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편이에요. 분리배출을 할 때 꼭 페트병 라벨을 떼고 택배 박스에 붙은 테이프를 제거하니, 그걸 본 아이들도 어느새 저와 똑같이 분리배출을 하더라고요.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앞으로도 생활 속 환경 지키기에 앞장서려고 해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단 5월에 열릴 ‘칼을 품고 슬퍼하다’를 온전히 선보이기 위해 전력을 다할 생각이고요. 이후에는 제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오르려 합니다. 배우는 선택 받는 직업이잖아요. 더 많은 연출진과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배우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게 제 평생의 계획이자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