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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중립과 RE100 성공
    실현을 위한 3가지 조건

    • 국민일보 최재필 기자
  •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RE100’을 선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를 줄인 말로 기업에서 필요한 전력 100%를 205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캠페인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무역장벽에 대처하는 경영 전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RE100 성공 실현을 위해서는 민관이 풀어야 할 숙제가 여럿 남아 있다.
재생에너지 인증의 벽

지난해 12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그룹과 탄소공개정보프로젝트(CDP)가 공동 발간한 ‘RE100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RE100 참여기업들이 한국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부족하고 법 제도상 한국전력(이하 한전)을 통해서만 전력을 살 수 있다”며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의지가 있어도 실행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할 수 없는 전력시장 구조에서 비롯된다. 해외 다수의 국가에서는 발전사와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직접 거래하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하다. 전기는 한전을 통해서만 공급되고 발전원을 알 수 없다. 우리 정부는 한전과 발전사·기업이 계약을 맺고 전력을 사고파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을 RE100 이행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지만, 이 역시 한계로 지적됐다. 한전이 전기 사용료를 독점으로 결정하는 구조에서 발전사와 기업이 원만한 협상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제도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자에 PPA를 허용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했다. 다만 개정안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하위법령부터 규정해야 한다. RE100 선언 기업이 양자(발전사·기업) PPA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RE100 변방 이미지 벗어나야

한국을 포함해 RE100에 참여하는 세계 기업은 309곳에 달한다. 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IBM·HP·인텔 등 IT 공룡 기업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이들 외국계 기업은 세계 각국에서 RE100 달성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지만, 국내에서는 전기 사용 감축의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이 대표 사례다. MS·IBM은 서울과 경기도·부산 등지에 데이터센터를 오픈했고 구글은 2019년 2월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아마존웹서비스·오라클도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갖추고 있다. 국내에 2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외국계 기업도 다수다.
한국은 저렴한 전기요금 탓에 데이터센터 주요 지역으로 거론된다. 전기를 많이 사용해 계약전력이 높으면 요금을 깎아주는 요금체계로 실제 일반용 전기요금보다 훨씬 저렴하게 쓸 수 있다. 심야에는 주간 시간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데이터센터 한 곳이 1년에 사용하는 전력량은 약 30억kWh에 달한다.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의 40%와 맞먹는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RE100 성공 달성’을 외치며 국내에서는 싼 전기를 펑펑 쓰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기업들이 국내로 더 몰려들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 RE100 선언 기업의 책임 이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참여 유인책 마련도 절실

국내 중소기업의 RE100 참여는 전무하다. RE100 가입 조건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클라이밋그룹이 주도하는 글로벌 RE100은 연간 0.1TWh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 전력 소비가 적은 중소기업은 의지만 갖고 RE100에 가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국내 중소기업이 탄소 저감에 동참하도록 ‘한국형 RE100’이행 방안을 내놨지만, 일방 정책의 한계를 드러냈다. 일본에서는 2019년 10월 기후 리더즈 등 4개 단체가 정부와 협력해 ‘재생에너지 100% 선언 리액션’이라는 기구를 출범해 중소기업도 자국 내에서 RE100 이행 실적을 인정받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민관이 협력해 중소기업의 RE100 참여 유인책을 마련하고 저변 확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