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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이 만드는 재생 카트리지로
    함께 상생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 임지영
      사진 현진

    음성안내

프린터에 들어가는 레이저 프린트 토너 카트리지는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일회용처럼 버려지고 있다. 게다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산업폐기물이라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그런데 이런 폐 카트리지를 수거해 재생산하는 업체가 있다. 전 직원이 장애인으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의 오에이사업장이다.

자원 순환과 장애인 고용 창출, 두 마리의 토끼를 잡다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이하 협회)는 장애인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자립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2004년부터 그린케이(Greenk)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토너 카트리지와 복사용지를 주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72개 지사에서 사회공헌 활동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IT 교육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사업장은 인천 계양구에 있는 오에이사업장이 유일하다. 오에이사업장의 이안선 대표는 이곳이 장애인의 고용을 창출하는 동시에 자원 순환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업체라고 설명한다. “장애인들이 단순히 정부의 지원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을 하고 월급도 받으면서 사회 속에 녹아들어 가길 바랐어요. 동시에 우리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일까 고민했죠. 그래서 ‘대한민국을 녹색화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004년부터 폐 카트리지를 수거해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오에이사업장의 직원들은 지체·청각·뇌병변 장애 등 각기 다른 장애를 갖고 있으며, 모두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 속도가 느리다 보니 10명이 비장애인 1명이 할 일을 한다. 협회에서 직원의 급여 부분을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지만 이안선 대표는 “정말 힘든 점은 편견과 싸우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프린터의 토너 카트리지는 정품을 사용해야 고장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사실 고장을 유발하는 건 비양심 업체에서 만든 저가 제품이나 중국산이거든요. 그런 업체들 때문에 국내에서 카트리지 재사용의 인식이 안 좋아졌지요. 카트리지를 ‘제대로’ 재활용한다면 정품과 품질 차이가 전혀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은 카트리지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거든요. 환경을 위해서 우리도 하루 빨리 카트리지 재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오에이사업장은 다 쓴 카트리지를 각 기업체에서 기증받거나 구입해서 사용한다. 수거한 폐 카트리지를 분해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폐기하고 필요한 부품을 교환해서 재조립하기 때문에 정품과 품질의 차이가 없다.

(왼쪽부터) 1대 대표인 김기온 본부장과 이안선 대표
착한 기업의 ‘품질제일주의’

현재 그린케이 카트리지는 국립암센터, 한국남동발전, 신용보증기금, 성동구청 등에 납품되고 있다. 영업사원은 따로 두지 않고 이안선 대표가 직접 관공서에 전화를 걸어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는 식으로 판로를 찾고 있다. 공공기관은 법적으로 중증장애인 생산시설 제품과 서비스를 전체 구매 금액의 1% 이상 우선 구매해야 한다. 협회는 중증장애인 생산시설로 분류된다. 게다가 중증장애인생산품생산시설지정서 이외에도 사회적기업 인증서, 친환경인증서, 녹색기술제품 인증 등 ‘착한 기업’임을 인증하는 증명서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안선 대표는 그린케이의 제품의 진짜 강점은 ‘품질’이라고 이야기한다.
“재활용 카트리지에 대한 첫 구매는 장애인들이 근무하는 사회적 기업, 환경을 생각한 제품이라는 이유로 이뤄질 수 있어요. 하지만 재구매는 품질이 보장되어야 들어온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제품을 사용하는 관공서에서는 대부분 재구매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안선 대표는 항상 직원들에게 품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장애인들이 만들다 보니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품질만큼은 보장되어야 사업의 생명력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샘플검사가 아니라 전 제품을 테스트한 뒤 출고하고 있고, 고장이 발생할 경우에는 오에이사업장에서 직접 카트리지를 받아보고 원인을 파악하는 식으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오에이사업장은 현재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조건은 두 가지다. 장애인들이 작업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면서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이를 위해 자세교정을 위한 의자사업도 시작했고, 커피 찌꺼기로 화분을 만드는 친환경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자원 순환과 장애인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오에이사업장, 그들이 우리에게 NEXT STEP으로 선보일 ‘착한 제품’은 무엇일지 기대된다.